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 요구 시위에 프랑스 정부가 대입 시스템 개편과 학교 개보수 지원, 교원 확충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학생들은 불충분하다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필리프 밥티스트 고등교육연구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대학 입학 지원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Parcoursup)'를 내년에 대폭 개편하고 2028년 새 시스템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2027학년도 입학 전형부터는 대학이 선발 기준을 더 상세히 공개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설명 자료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원자가 요청하면 불합격 사유도 제시해야 한다.
이 플랫폼은 학생들 사이에서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고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학업의 기회를 차단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또한 중고등학교 시설 개보수를 위해 2030년까지 지방 당국에 총 40억유로(약 6조원) 규모로 저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대학 시설 개보수에도 2029년까지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 30여 명에서 28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고등교육 기관에 1만5000명 정원을 추가하며 2027학년도부터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학생 보조금을 증액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 필요한 전체 재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여력이 제한된 데다,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생 단체 두 곳은 일부 양보안을 환영하면서도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단체는 "요구 사항 중 일부는 받아들여졌지만,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다른 단체는 "요구에 비해 보잘것없는 것만 받았다"며 "특히 대학 정원을 25만명 증원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약속한 규모는 1만500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이번 주말에도 추가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음달 5일에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도 예정돼 있다.
시위 확산은 프랑스의 유력 우파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32~33.5%의 지지율을 기록해 좌파 후보 좌파 대선주자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17%)를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내년 5월 초로 예상되는 결선투표에서도 르펜이 멜랑숑을 쉽게 꺾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프랑스 국채 매도세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4일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유보하면서 월요일 들어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시위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상공회의소 네트워크인 CCI 프랑스의 알랭 디 크레센초 회장은 10월 17일 폭력 사태 이후 추가 피해를 우려해 문을 닫은 소매점이 많 이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디오 클래시크와의 인터뷰에서 "상인들은 지치고 의욕을 잃고 있다"며 "지역 상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