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찾는 외국인 넘쳐나는데…'돈 없어서' 번역을 못한다

한국 소설 찾는 외국인 넘쳐나는데…'돈 없어서' 번역을 못한다

오진영 기자
2026.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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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외국인 관람객이 우리 책을 살펴보는 모습. / 사진 = 뉴스1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외국인 관람객이 우리 책을 살펴보는 모습. / 사진 = 뉴스1

"간단한 문장은 몰라도, 복잡하거나 '한국적인' 문장은 AI(인공지능) 번역이 안 돼요. 사람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업계에서 도서 번역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다. 우리 책을 찾는 해외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비용·인력 문제로 번역을 못해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AI 번역에 한계가 있는 장르를 중심으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출판인 초청 행사에는 전년 대비 40% 늘어난 94개 해외출판사가 지원했다. 펭귄 북스, 플뢰브 에데시옹 등 세계적 출판사가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뉴욕·파리에서 개최한 K북 홍보 행사에도 국내 출판사 1곳에 해외 출판사 수십곳이 붙었다.

계약으로 체결되는 사례도 있다. 소설을 주로 출간하는 한 국내 출판사는 이달 중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B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신진·중견 작가의 유럽 진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B사의 적극적인 요청 끝에 협력이 성사됐다"며 "우리 문학 출간 경험이 없는 출판사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늘어난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번역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한 권당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이 필요한데, 영세 출판사는 이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판문화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8만5000여곳의 출판사 중 약 88.5%가 신간을 제대로 발행하지 못하고 있는 영세 출판사다.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AI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 과학, 경제, 스포츠 등 기계적 번역이 가능한 분야는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소설이나 에세이 등 장르 문학은 AI가 의도를 반영한 번역을 하지 못한다. 중소 출판사 대표는 "의성어나 의태어, 함축적인 표현이나 우리 문화를 담고 있는 표현은 AI 번역에서 에러(오류)가 난다"며 "우리 책의 가장 큰 장점인 '한국색'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북의 해외 진출을 늘리기 위해 번역 관련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번역 전문 인력 양성, 출판사 번역 직접 지원, 지원 장르 다양화 등이 첫 손에 꼽힌다. 특히 웹툰이나 웹소설, 오디오북 등 새로운 장르의 서적에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K북의 해외 진출을 가장 직접적으로 돕는 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 예산은 2022년대 100억원 수준에서 내년 344억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예산 규모나 인력 문제 등으로 여전히 수요 대응은 어렵다. 전직 번역원장인 곽효환 시인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자문위에서 "인력 충원 등으로 번역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우리 문학의 해외 진출 확대는 K컬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를 잇는 해외 무대의 성과를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책 진출이 늘면 영화, 드라마 등 IP(지식재산) 수요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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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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