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늘한 기후로 알려진 서유럽마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극한 더위에 휩싸였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농산물 생산 감소, 식품 가격 상승이라는 '기후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식량과 경제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봄철 이상고온과 냉해, 우박, 여름철 집중호우, 가을 늦더위, 겨울 한파와 일조량 부족까지 사계절 내내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농업 생산 기반을 흔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재해 발생 빈도는 과거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정부도 올해 이상기후 피해를 입은 2만1000여 농가에 384억 원 규모의 재해복구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사후 지원만으로는 기후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는 피해를 복구하는 농정에서 벗어나 피해를 예방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중심에 스마트팜이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양분, 광량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원격으로 재배환경을 제어하는 '미래형 농업'이다. 이상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고,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설치비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 부담이 너무 크다.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패 위험도 적지 않아 청년농조차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스마트팜'이 아니라 '더 많은 농가가 시작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충남 동천안농협 스마트농업기술지원센터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동천안농협은 기존 비닐하우스를 활용해 평당 50만 원 수준의 농가 보급형 스마트팜을 개발함으로써 초기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청년농과 귀농인은 물론 기존 농업인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스마트농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 최초로 농협 스마트팜 모델 시범농장을 조성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첨단기술 공동실습장을 운영하며 스마트팜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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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원예와 엽채류 스마트팜 교육은 물론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산학협력 교육까지 확대했고, 최근에는 애플수박과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전문교육 인증도 획득하며 기후변화 시대에 필요한 미래 농업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스마트팜의 성공 여부가 시설 규모가 아니라 접근성과 경제성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2018년부터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운영하며 청년농 육성에 힘써 왔고, 수료생도 1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규모 시설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농가당 5000만 원 안팎의 지원만으로도 설치가 가능한 저비용·고효율의 농가 보급형 스마트팜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더 많은 농업인이 스마트농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기후위기 대응도, 청년농 육성도, 농촌소멸 극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 오늘의 농업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의 식량안보도 담보할 수 없다. 이제 스마트팜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큰 시설을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농가가 스마트농업을 시작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야 한다.
저비용·고효율의 농가 절약형 스마트팜 확산이야말로 우리 농업을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라는 이중의 위기에서 구해낼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