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체 보고서 파장…"오차범위 최대 +100%"
1300㎞ 가스관 건설 부담…파격적 세제 혜택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비용이 알려진 견적보다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뒤늦게 확인됐다. 사업성 검증이 불안정한 프로젝트에 한국의 대규모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주의회 산하 예산·감사위원회에 제출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개프니클라인의 올해 초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개발을 주도하는 글렌판 그룹이 제시한 사업비 추정치는 초기 타당성 검토 단계인 5등급 수준에 불과하다.
개프니클라인은 정밀 기본설계 과정을 거치지 않은 5등급 사업비 추정의 경우 실제 집행 비용과의 오차 범위가 -50%~100%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이 본격적인 시공 단계에 들어가면 실제 투입 비용이 당초 추정치보다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렌판 그룹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의 예상 비용을 445억~545억달러(약 60조~73조원)로 추산해 주의회에 보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추정치조차 톤당 생산설비 투자비로 환산할 경우 22억~27억달러에 달해 멕시코만 일대 미국 본토의 경쟁 LNG 사업과 비교할 때 최고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사업비가 추가로 불어날 경우 국제 LNG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반시설 건설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전체 사업 비용의 84%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남부 포트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1300㎞ 길이의 장거리 가스관과 액화기지 등 시설자본 비용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초기 투자 부담과 공사비 증가 우려는 그동안 민간 투자 유치를 비롯해 최종투자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로이터 통신은 당초 계획했던 장기공급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최종투자결정 일정도 연기되는 등 자금 조달 난항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프니클라인은 공사비 부담을 덜고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알래스카 주정부 차원에서 파격적인 법적·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는 루이지애나, 텍사스, 메릴랜드 등에서 주정부가 수억~수십억달러 규모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해 민간 투자자를 끌어모은 사례가 담겼다.
알래스카와 지형적·사업적 특성이 비슷한 캐나다의 'LNG 캐나다' 사업도 정부 지원을 통해 투자 여건을 마련한 사례로 제시됐다. 개프니클라인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법인세 감면, 주세 환급, 탄소세 면제, 세액공제 등 총 40억 캐나다달러(약 3조 8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확정한 뒤에야 최종투자결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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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및 미국 내 에너지 프로젝트에 5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면서 투자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업 타당성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을 확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밀 설계 단계도 거치지 않아 실제 공사비가 당초 견적보다 최대 2배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확인되면서 한미 양국 간 이견이 더 첨예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려면 미국의 요구와 별개로 사업비 산정의 신뢰성과 장기 공급계약, 정부 지원 규모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